추는 의자(마임극)

김성태 작
이곳에서는 목회에 필요한 여러가지
창의적인 활동 프로그램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목회자와 교사가 함께 사용하는 방입니다.   

등장인물/ 나레이션, 마임 분장한 사람 1, 사람 2

작품해설/

  사람과 의자의 상관 관계를 마임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의자를 차지해야만 행복하다고 교육받아 온 나는 어떻게든 의자에 먼저 앉으려 몸부림친다. 의자 하나를 얻기 위해 나는 소꿉 친구도, 푸른 꿈도, 사랑스러운 가족들과의 다정한 시간도 포기한다. 하지만 '거북둥이', '순둥이'라는 별명처럼 안간힘을 쓰지만 늘 이등이다.   과연 사람은 의자를 차지해야만 행복할까?

연출노트/

* 마임 연기가 극의 생명이다. 마임 분장, 특히 다양한 얼굴 표정, 동작, 몸짓들이 정교하고 섬세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 나레이션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극을 진행시키되 자리를 옮겨가면서, 대사의 속도, 높낮이, 호흡 등 변화를 주어야 느슨하고 지루한 극 진행을 극복할 수 있다.

* 각 마임 연기 때마다 음악을 곁들여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연출되어야 한다.

* 소요 시간은 25분 정도다.

* 스킷 드라마, 청년부 발표 때 사용하면 좋다.

의자가 무대 한가운데 놓여 있다.

(조명이 비취면 나레이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가 처음 의자를 만난 건 돌이 되기 전입니다. 어머니는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저를 의자 앞에 뉘었죠. 손으로 만져 보니까 딱딱했어요. 혀를 갖다 대니까 밋밋했어요. 달콤한 맛도, 포실한 이불도 아니었어요.
  어머니는 그것을 잡고 일어서라고 했죠. 그렇게 해서 우리의 만남은 시작됐어요.

(사람1: 어머니, 나레이션:아기)

나레이션이 일어서려는 모습을 연기한다. 다리는 힘이 없어 후들거리고 겨우 일어서면 팔에 힘이 없어 쿵! 하고 부딪힌다. 다시 안간힘을 다해 일어서려고 한다. 얼굴이 의자에 쿵! 하고 넘어진다. 발버둥치며 운다. 기어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다. 어머니가 억센 팔로 다시 의자 앞에 세운다. 다시 서기 연습이 계속 된다. 나레이션은 다시 자리로 와서 이야기를 계속한다.

  의자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세상에서 살 수 있나보다. 이것이 의자에 대한 첫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갔죠. 우린 친구들과 재밌고 신나는 놀이를 많이 했어요. 그 중에 의자에 관한 놀이도 있었어요.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노래를 부르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면 먼저 의자에 앉는 놀이죠. 이상한 건 의자 하나가 부족하다는 거였어요.

(사람1:날쌘돌이, 사람2:선생님, 나레이션:거북둥이)

  노래를 부르며 실제 놀이를 시작한다. 선생님이 노래 중에 호루라기를 불면 사람1은 날쌘돌이처럼 잽싸게 의자에 먼저 앉는다. 거북둥이 다시 한번 더 하자고 조른다. 거북둥이 이번에는 꼭 먼저 앉겠다고 결심한다. 다시 노래를 부르며 준비한다. 서로 눈치를 살피며 원을 돈다. 호루라기를 불면 또 날쌘돌이가 먼저 앉아서 비웃는다. "거북둥이, 거북둥이." 그 소리가 듣기 싫어 귀를 막는다. 선생님. 날쌘돌이 웃으며 나간다. 귀를 막고 쪼그리고 있다가 일어나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보다시피 전 뚱뚱하지도 않아요. 먼저 앉아야지 생각하고 있다가도 원을 돌며 노래를 부르면 그것이 신이나 깜빡 잊어버려요. 친구는 날쌘돌이었고, 전 친구 말대로 거북둥인가 봐요. 결국 전 한 번도 먼저 앉지 못했어요.
  참, 희한해요. 아이들은 왜 그렇게 의자에 먼저 앉으려 하는지. 집에 와서 어머니께 그 이야기를 했어요. 실컷 맞았어요. 괜히 화를 내면서 다음에는 죽기 살기로 먼저 앉아야 한다고 했어요.
  두 번째 의자와의 만남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먼저 의자에 앉아야 한다. 그래야 놀림도 안 당하고, 야단도 안 맞는다는 것을 알았죠.
  드디어 의자에 앉았어요. 꿈에도 그리던 의자. 제가 놀이해서 빼앗은 건 아니에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죠. 신바람이 났어요. 앉아 보고, 서 보고, 두드려 보고, 만져도 봤어요. 엎드려서 잠도 잘 수 있어요.
  기분 좋았던 의자에 대한 느낌은 서서히 변해 가기 시작했어요. 딱딱한 등 받침은 제 보드라운 등을 조금씩 조금씩 휘게 했어요. 하루 종일 앉아 있노라면 팔, 다리, 마디마디가 쑤셔요. 결정적으로 기분 나쁜 사건이 일어났어요.

(사람2: 선생님, 나레이션: 학생)

시험 보는 날, 선생님이 들어와 시험지 한 장을 준다. 시험지를 받고 당황해 한다. 어려운 듯 고민한다. 손을 오므렸다 폈다 다리를 떨고 온 몸을 비튼다. 의자가 불편한 듯 계속 몸부림을 친다. 창 너머 밖을 본다. 그러다 선생님께 한 대 맞는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친다. 조금 후 시험지를 걷고, 푹 의자에 맥없이 쓰러진다. 선생님이 시험지를 보다 많이 틀렸다고 야단을 한다. 그리고 의자 위에 무릎 꿇고 있으라고 한다. 선생님이 나간 후 한동안 그렇게 있다가 내려온다. 이야기를 계속한다.

  난 의자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예쁜 고추잠자리처럼 훨훨 날고 싶었어요. 그러나 의자는 날 묶었죠. 팔, 다리, 내 꿈을 묶었죠. 난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난 항상 의자 위에서 생활했죠. 그래야만 살 수 있다는 거였어요. 세 번째 만남에서 배운 지식이에요.

  아~ 세상에 저렇게 멋진 의자가! 고운 무늬 그대로, 나무 결 하나 상하지 않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급스러운 의자가 우리 사무실에 하나 있었죠. 모두들 부러워했어요. 그리고 꿈을 가졌죠. '언젠가는 저 자리에 앉아야지.' 그럴 만했어요. 사람이 좋든 나쁘든, 못 생겼든 잘 생겼든, 키가 작든 크든, 그가 어느 학교 출신이든 상관이 없었어요. 그 자리에 앉으면 모든 것이 손안에 들어 왔죠.

(사람1: 거만한 사람, 사람2: 직원1, 나레이션: 직원2)

사람 1이 거만하게 의자에 앉아 있다. 서류를 든 직원 1, 그 앞에 굽실 인사를 한다. 건성으로 서류를 보고 집어던진다. 직원 1 안절부절 못하며 다시 줍는다. 담배를 찾는다. 주머니에 없다. 눈치를 챈 직원 1은 주머니에서 꺼내 준다. 불도 붙여 준다. 거만한 사람은 어디론가 바람을 쐬러 간다.
탐스럽게 쳐다보는 눈, 직원 1이 몰래 그 자리에 앉아 본다. 폼을 잡고 거들먹거린다. 나레이션 직원2로 출장 갔다 돌아오는 것처럼 서류를 들고 뛰어 들어온다. 화들짝 놀라 떨어지는 직원1. 서로 쏘아보며 일을 한다.
직원 1은 컴퓨터로 작업하고, 직원2는 서성거리며 어디론가 쉴 새 없이 전화를 한다. 서로 경쟁적으로 일을 한다. 거만한 사람이 다시 들어와 의자에 앉으며 직원 1은 슬쩍 의자에게로 간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준다. 주변을 살피며 사람1 받는다. 사람1 몰래 받으며 직원1의 등을 두드려 준다.
조명이 꺼졌다 다시 들어오면 그 의자에 직원1이 거만하게 앉아 있다. 직원2는 그 앞에서 쩔쩔 맨다. 일을 바로 하라고 큰소리치고, 손가락질한다. 서류를 집어던진다. 떨어진 서류를 줍는다.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핀 조명이 직원2만 잡는다. 그 사이 직원 1은 퇴장한다.
직원2 서서히 일어나며 비어 있는 의자에 앉는다. 불안한 듯 몸을 움찔한다. 주변을 자꾸 살핀다. 의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의자를 감싼다. 누군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 손으로 뿌리친다. 앞에서 누군가 잡아끄는 듯 끌려가면서 발버둥친다. 하늘을 쳐다본다. 도와 달라고 한 손을 들고, 한 손은 의자를 잡는다. 필사적이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그 싸움은 처절하게 표현된다.
지쳤다. 축 처진 어깨가 무겁다. 고독하다. 기도한다. 꾸벅꾸벅 존다. 직원 2 천천히 의자에서 내려와 나레이션 자리에 간다.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난 의자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일을 했죠. 능력 있는 동료보다 먼저 그 자리에 오르며 밤잠을 설쳤죠. 아이들과 놀아 주는 시간도, 아내와의 다정한 약속도 포기했죠. 친구들과 어울림도 뿌리쳤어요. 오직 그 자리에 앉기 위해 난, 내 모든 청춘을 바쳤죠. 쉽지 않더군요. 성실히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약삭빠른 동료들이 먼저 차지했죠. 늘 그랬어요. 거북둥이, 순둥이, 성실둥이 눈치 없는 나는 늘 뒤처졌죠.
  참, 희한해요.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앉았을 때 사람이 변했어요. 아니 의자가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았어요. 목소리는 위엄 있어지고, 자세는 폼이 나더라구요. 고양이 앞에 쥐 모양 다들 내 앞에서 쩔쩔 매고....
  아~ 신이 났어요. 왜들 그렇게 그 자리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어요.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영원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다면 세상에서 부러울 게 없는데... . 안간힘을 쓰며 버티었지만 그 자리는 늘 그렇게 주인이 바뀌었어요.
  네 번째 만남에서 비로소 영원히 앉을 수 없는 의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죠.

  막상 거리고 나오니까 갈 곳이 없었어요. 사람들은 바쁘게 걷고, 뛰고, 어떤 이는 급히 택시를 잡고, 혹 앉아 있는 사람도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 난 몸을 어디다 둘지 몰라 이리 채이고, 저리 부딪히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죠. 가슴 한 곳이 텅 빈 것 같았죠. '의자가 없어서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까 한평생 살면서 의자를 떠난 적이 없는 것 같았어요. 늘 내 곁에 의자가 있었죠. 난 낡아빠진 의자 하나를 구했어요. 먼지를 툭툭 털어 내고 예전처럼 그 자리에 앉았죠.

(나레이션:할아버지)

할아버지기 되어 의자에 앉는다. 반가워 의자를 어루만지고, 흔들의자인양 몸을 흔든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외로운 듯 먼 산을 바라본다. 사방을 살핀다. 그 곁에 아무도 없다. 고독하게 혼자서 늙어간다.
성경책을 꺼낸다. 돋보기 안경을 만지작거린다. 문득 놀라운 것을 발견한 듯 안경을 책 가까이 대어 본다. 책을 덮고 조심스럽게 일어난다. 다리에 힘이 없어 겨우 일어선다. 의자를 바라보며 뒷걸음질친다. 조금씩 조금씩 멀어진다. 의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리고 자유를 만끽한다. 무대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다. 뛴다. 두 팔을 벌려 자유를 외친다. 나레이션의 자리로 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 놀라운 사실을 빨리 깨달았더라면 난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았을까? 황혼이 오기 전에, 혼자서 외롭게 늙기 전에... .
  내 가슴에 붉게 요동치고, 햇살 머금은 소녀의 해맑은 편지를 받았을 때 아니, 내 어머니가 나를 의자에 처음 세웠을 때. 그 때 의자에 앉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보았더라면 난, 행복한 사나이가 되었을 텐데... .
  난, 불행히도 의자가 인생의 전부라고 배웠다. 의자를 차지해 야만 행복하다고 배웠다. 뼈아픈 기억이다. 의자는 신나는 놀이를 조롱거리고 만들었고, 꿈 많은 소년의 눈을 멀게 했다. 정다운 남편을 포기했고, 다정한 아빠의 품을 서늘케 했다. 좋은 친구를 잃었고, 힘없는 노인이 되었을 때 혼자서 외롭게 죽어 가게 했다.

  "내가 즉시 성령님의 감동을 받고 바라보니 하늘에 한 보좌가 있고 거기에 어떤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앉으신 분의 모습은 벽옥과 홍옥 같고 비취 같은 모양의 무지개가 둘러 있었습니다."

그래! 의자는 사람이 앉는 것이 아니다. 내 사랑하는 주님이 앉으셔야 한다. 우린 새처럼 자유롭게, 들노루처럼 드놉게 뛰어 춤추며 어울려 살아야 한다. 이제라도 의자에서 벗어나자! 사람이 만든 의자를 깨뜨리자! 우리의 모든 의자를 주님께 내어 드리자!

* 더많은 대본 : 김성태, <찡한 이야기 찐한 이야기>, 예찬사, 1998에서 발췌한것입니다/ *본저작물은 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사용하였습니다.

V